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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검>

감독 : 정윤철

출연 : 조우찬, 이희준, 구혜선, 이효제

키워드 : VR

글 : 유성현

저예산 단편영화의 포맷에서 다루기에 VR(가상현실)이라는 주제가 다소 버겁다고 느꼈다. <아빠의 검>은 판타지와 성장 서사의 접목을 통해 이를 비교적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더욱이 게임과 학교폭력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에 가족 드라마, 힙합까지 더한 시도는 세태 반영의 측면에서 장점이라 할 부분이다.

 

물론 15분 남짓한 짧은 러닝타임과 극의 흐름을 고려하면 이 다양한 소재들을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VR에 대한 의식이 지나쳤던 탓인지 중후반부 삽입된 인게임 영상은 마치 게임광고 같은 느낌을 준다. 차라리 아끼고 아껴 마지막 장면에만 썼다면 이명세 감독이 말한 ‘한 방’이 주는 울림도 더 강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거추장스러운 장식에도 불구하고 <아빠의 검>이 그리는 ‘가상현실’에서 ‘현실’로 이어지는 궤적의 뭉클함만큼은 퇴색되지 않는다. 심장마비로 입원한 아빠의 병실에 찾아온 낯선 어른들. 당황한 소년에게 그들은 쓰러진 아빠가 많은 사람들을 이끄는 군주였고, 세계를 구한 용사였다는 사실을 전한다. 마침내 스스로 찾아야 하는 전설의 보검의 존재까지 알고 난 후의 세계는 더 이상 무기력한 일상이 아닌 두근거리는 판타지다.

 

‘현실에 눈을 돌리는 게 아니라 현실을 달리 볼 수 있게 한다.’ 이것이야말로 가상현실이 가진 힘이 아닐까. 소년의 표정이 달라지는 때가 ‘아빠의 검’을 든 순간이 아니라 ‘아빠의 이야기’를 들은 순간부터라는 점은 그래서 묘하게 의미심장하다. 어쩌면 <아빠의 검>이 말하는 가상현실이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이야기’라는 이름의 것은 아니었을까 해서.

아빠의 검(1) : http://tv.naver.com/v/2197709
아빠의 검(2) : http://tv.naver.com/v/2197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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