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관람가

<양양>

감독 : 봉만대

출연 : 임하룡, 권오중, 기태영

키워드 : 미니멀 라이프

글 : 천혜윤

한국 영화계에는 유명한 두 봉 감독이 있다. 한 편에 <설국열차>, <옥자> 감독 봉준호가 있다면, 다른 한 편에는 패러디물 <떡국열차>에 이어 <꼬옥자>를 구상 중이라는 ‘아티스트 봉만대’가 있다. 소위 ‘에로물의 거장’이라 불리던 그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본격적인 가족영화에 도전했다. 여기에 주연인 배우 권오중과의 조합은 끈덕진 농담으로 범벅된 유쾌한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결론적으로 봉만대 감독이 그의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하고자 기획한 단편 <양양>은,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여전히) 끈덕진 가족 영화다. 대한민국의 숱한 한 많고 사연 많은 가족의 이야기가 그 소재다.

영화는 ‘미니멀 라이프’라는 주제에서 짐을 거두거나 버리는 주체가 아니라 (사물처럼 취급되는) 대상에 보다 이입한다. (확장판에서 찾아볼 수 있다던) 유기견의 일화나, 아버지의 캠핑카와 자신의 차를 연결하는 선을 끊고서 서둘러 사라지는 아들 하태(기태영)의 장면은 계속해서 유기의 정서를 환기한다. 창작자의 발상이 보다 특별하고 감성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버려짐’만큼 우리를 쉽게 서러이 만들 일이 있을까. 주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를 지탱할 수 없게 된 아버지(임하룡)는 의도치 않게 시간의 속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타인들과 계속 이별한다. 이 ‘어쩔 수 없음’이 안겨주는 보편적 감수성 탓에 자연히 눈물이 어리기도 했다. 하지만 <양양>은 그 소기의 목적을 이루느라 내내 물기가 떨어지질 않는다. 배우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말다툼을 하느라 서로에 침을 튀기기 바쁘다. 환상에 사로잡힌 아버지는 바닷물 속으로 아예 몸을 던진다. 모두가 이 감정적 격랑을 버티느라 어딘가 젖어있고 끈적여있다. 게다가 서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틈을 주지 않는 가지각색의 배경음향들은 감정의 파고를 높이는데 주력한 나머지 상호 간의 일관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봉만대 감독의 <양양>은 유기의 이미지와 정서를 전시하는데 지나치게 함몰된 것처럼 보인다. 배우들의 호연과 잘 정돈된 연출은 주말 드라마의 그것처럼 정서를 우스꽝스럽게 과장하는데 까진 이르지 않지만, 단편영화라면 무릇 기대할법한 통찰과 여운을 발견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추신. 그래도 나는 봉 감독의 새로운 시도를 응원합니다. 추신 2. 이 영화에는 극찬 받은 ‘아버지의 환상’ 시퀀스가 있는데, 나는 그 장면이 조금 덜 아름다웠습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환상 속의 젊은 아내. 아버지가 정말로 그리워하는 것이 두 어린 아들인지, 지나간 자신의 젊음인지, 혹은 ‘시간 속에 영원히 박제된’ 아내인지 모르겠습니다.

© 2023 by Andy Decker. Proudly created with WI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