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각자의 영화관
"윤자영"
<잉투기>
유수진

2012년 겨울, 언니를 처음 만났다. 서울독립영화제는 폐막이 다가왔고, 우린 한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니는 나에게 <파닥파닥>을 닮았다고 했다. 내가 알기론 물고기가 나오는 영화인데, 왜 날 닮았다고 했을까. 언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파닥파닥>을 검색해봤고 포스터에는 물고기가 파닥거렸다. '뒤로 가기' 버튼을 눌렀다. 이상한 언니라고 생각했다. 그 뒤로 언니는 마카롱을 보고도, 길거리 조각상을 보고도, 난생 처음 보는 캐릭터를 보고도 나를 닮았다고 했다. 이제 더 이상 검색해보지 않는다.

 

언니에게 좋아하는 영화를 물었더니, 여러 영화 제목을 말하고 또 말했다. 여러 개를 늘어놓더니 고민에 빠졌다. 고민 끝에 언니는 <잉투기>를 골랐다. 문득 영화에 나오는 ‘데칼코마니’ 뮤직비디오가 머리를 스쳤다. 언니가 영화를 고른 이유는 ‘청춘’을 독특한 신선함으로 표현했고, 엄형제(감독 엄태화, 배우 엄태구)와 류혜영의 케미를 사랑해서라고 했다. 나는 언니가 ‘데칼코마니’이야기를 하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언니는 영화에 나오는 ‘칡콩팥’, ‘젖존슨’, ‘쭈니쭈니’와 같은 닉네임을 좋아하는 듯 싫어했다. 사실 그 닉네임을 좋아해도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곤란할 것이다. 언니도 닉네임이 있다. 토끼리. 나는 이 닉네임을 좋아한다.

 

아차산역 3번 출구에서 언니를 만났다. 언니는 졸업 후 오랜만에 고등학교를 찾았다고 했다.  어린이 대공원 근처라서 유치원생들이 한 줄로 우리 앞을 지나갔다. 내가 “귀엽네”라고 하자 언니는 “거짓말하지마” 라고 했고, 나는 수긍했다. 우리가 찾아간 날은 입시 시험으로 학생들이 학교를 가득 채웠다. <잉투기>에 등장하는 영자(류혜영)같은 고등학생이 안 보이길래, 언니가 오늘만 영자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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