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각자의 영화관
"신정원"
<파수꾼>
유수진

유난히 힘들었던 요즘, 우편함에 누가 보냈는지 모르는 편지가 있었다. 편지를 뜯어 첫 줄을 읽는 순간 보낸이를 알았고, 상당한 힘이 되었다. 종종 내게 짧은 글을 선물하는 친구. 대학교에서 만난 정원이다. 정원이는 늘 나에게 친절했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늘 친절을 받는 쪽이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정원이 힘들 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뿐이었다. 정원이는 나에게 자신만의 문체로 짤막한 글을 써서 보내주곤 했다. 깔끔했지만 꾹꾹 눌러 담은 감정이 느껴졌다. 내게 글을 보낸 후면 이제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그땐, 그런 정원이가 쿨하다고 생각했다.

 

정원이가 좋아하는 영화는 대학 동기들 모두가 안다. <파수꾼>. 고1 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영화를 봤고, 개봉하고도 보고, 개봉 1주년 기념 상영도 봤단다. 이후에도 일 년에 한 번 이상은 꼭 다시 볼 정도로 좋아한다고 했다. <파수꾼>을 좋아하는 이유는 서툴고 날 선 감정들을 세세하게 그려내, 우리가 지나온 시절에 이입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인물들의 말이나 행동에서 나 자신을 지켜내기에 급급한 그 시절의 내가 보이지만, 그들을 보는 게 먹먹하고 미워할 수가 없어서라고 덧붙였다. 아직도 정원이는 우울한 날이면 영화 속 세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 

 

내가 모르는 학창시절 정원이는 어떤 학생이었을까. 누군가에게 ‘기태’(배우 이제훈)였던 순간이 있었을 것이고, ‘희준’(배우 박정민), ‘동윤’(배우 서준영)이었던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정원이는 친구가 전부였던 시절에 서로 상처를 주고 받았던 더 어린 정원이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좀 힘들었던 것 같다고, 이제서야 쿨해지는 법을 조금씩 터득하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 놓았다. 


쿨해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느낀 생각과 감정을 절반 이상 내뱉지 못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정원이에게 나한테만큼은 너무 쿨하지 않아도 된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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