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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샤인 클리닝>
감독:  크리스틴 제프스

 

<Sunshine Cleaning> (2008)
Director: Christine Jeffs

"너의 삶을 사랑할 용기"
추천 코드
1. 별 볼일 없는 내 삶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2. 무기력감과 권태에서 벗어날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
3. 뭘 하고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내 삶이 힌트도 안 준다.

 로즈는 한때 꽤나 잘 나가는 여자였어. ‘고등학교 때 쿼터백과 사귀던 치어리더부 주장’이라고 설명하면 미국 영화 좀 봤다 하는 친구들은 바로 이해하겠지? 그러나 졸업 후에 그녀의 삶은 고교 시절만큼 멋지진 않았던 것 같아. 문제아 아들이 딸린 미혼모에 불륜녀 파출부. 그게 이제 그녀의 삶을 수식하는 말이지. 동생 노라의 삶도 별 다를 것 없었어.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알바 생활을 전전하지만 그나마 있는 알바 자리도 며칠을 못 가서 짤리고 말아.

 

 그녀들은 돈이 필요했어. 그래서 로즈는 동생 노라와 함께 사람이 죽은 현장을 처리해주는 출장 청소부 일을 시작하게 돼. 당연히 일은 쉽지 않았어. 온갖 역겨운 냄새와 충격적인 장면을 견뎌야만 했지. 로즈가 아들 오스카를 위해 궂은 일을 버텨내는 동안, 노라는 어느 죽은 할머니의 집을 청소하다가 그녀의 물건들을 보며 죽은 이의 흔적을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버리는 게 옳은 일인지 고민하기 시작해.
 
한편 로즈는 동창인 폴라의 베이비 샤워에 초대되고, 자신이 공인중개사라고 거짓말한 것이 들킬까 봐 걱정이 되기 시작하지. 그녀는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 앞에서 자신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선인장이 자라는 미국 뉴멕시코나 이곳 대한민국이나 사는 것은 별반 틀리지가 않은가 봐.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한국의 20대들을 많이도 떠올렸거든. 지친 얼굴로 이곳을 찾아올 너처럼 말이야. 가끔은 왜 내 삶이 이렇게까지 구질구질해져야 하는지 우리는 원망해. 원하는 것마다 척척 이뤄내고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유독 내 인생은 수렁 하나를 지나면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것만 같아. 어느 순간 ‘이 삶은 글렀어. 안 될 것 같아.’ 라는 생각에 빠지기 시작하면 그 삶을 끝내는 것만이 답일 것 같고, 힘겹게 잡고 있었던 모든 것들을 놓아버리고 싶어질 때가 오지.

 

 <선샤인 클리닝>에는 우리와 같이 별 볼일 없는 삶을 살아’내야’ 하는 인물들이 나와. 역겨운 것들을 못 본 채 하고 견뎌내야만 하거나, 아무리 도전해도 계속 실패로 고꾸라지는 안타까운 인생들이 나와.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사랑하는 용기를 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똑 부러지는 해답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용기를 내는 사람들이 여기에는 있어.

 

 흔히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 중 한가지는 우리가 우리 삶을 사랑하는 데는 생각보다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거야. 멋진 삶을 사는 친구들 앞에서 기가 죽지 않기 위해 내 꿈이나 내 직업을 괜히 부풀려서 말하게 되고, 자존심에 생채기가 나지 않기 위해서 내 못난 모습을 있는 힘껏 감추고, 실패 앞에서 포기 하지 않기 위해 매일 거울을 보며 할 수 있다고 외쳐야만 또 하루를 버틸 최소한의 에너지가 나기도 해. 
 
그리고 또 계속해서 용기가 필요할 거야.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아도 옳다고 믿는 일을 따르기에. 편견과 반대와 괄시가 쏟아지는 와중에 내 길을 지키기에.

 

 제멋대로인 사회가 너를 ‘흙수저’라 규정할지라도, 너를 ‘후레자식’이라 부르며 너를 괴롭히는 것들이 앞을 막더라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이 삶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용기를 내면 돼. 많은 이의 ‘좋아요’를 받아 낼 필요도 없고, 모든 다른 삶과 비교해서 1등 할 필요도 없어. 네 삶이 필요한 건 ‘네 동의’와 ‘네 지지’일 뿐이야. 
 

 무기력과 슬픔으로 빠져들게 하는 무거운 핏자국들을 박박 닦아서 지워내는 것. 그게 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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