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歌
김소연 <문영>
우효 <청춘(NIGHT)>
유성현
"들리지 않아도"

말하지 않는 소녀의 이야기에 어울릴 노래. 전과 달리 좀처럼 떠오르지 않아 가지게 됐던 고민의 시간이, 다행히 헛되지만은 않은 듯하다. 덕분에 찾은 노래가 우효의 ‘청춘’이라면.

 

2016년 7월 5일에 공개된 우효의 두 번째 싱글 '청춘'에는 'DAY'와 'NIGHT', 두 버전으로 앨범 타이틀과 동명의 곡이 수록되어 있다. 각각 다른 아티스트가 편곡에만 참여하여, 얼핏 큰 차이가 없는 듯 들리지만 분명하게 다른 느낌을 준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새벽에는 선뜻 DAY를 재생하지 못할 정도의 차이.

 

문득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타이틀로 묶어도 괜찮았겠다 싶지만, 뒤늦은 생각이라 이내 접는다. 낮과 밤사이를 두고 선택하기까지의 시간이 지나치게 짧았던 탓이라는 변명 아닌 변명을 덧붙이며.

 

어젯밤엔 무슨 꿈을 꾸다 깼는지 놀란 마음을 쓸어내려야 했어요

손도 작은 내가 나를 달래고 나면 가끔은 눈물이 고여 

 

그러나 망설임 없이 내린 이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작은 손으로 자신을 달래야만 했던 소녀가, 바로 한겨울의 밤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고인 눈물을 애써 참으며 카메라 하나만 들고 뛰쳐나온 '문영'(김태리). 그런 소녀와 우연히 마주치게 된 '희수'(정현). 갑작스러운 첫 만남부터, 그들이 공유하는 시간은 대부분 밤이었더랬다. 등에 기대었다가, 등을 돌리기도 했다가, 다시 마주하기까지. 외로운 두 인물이 오롯이 서로를 알아가기에, 낮은 너무 소란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러니 밤의 노래를 고를 수밖에.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한 채 영영 마음속에서 쌓아올린 담에 갇혀 홀로 밤을 보냈을지도 모를 문영과 높다란 그 담을 애써 무너뜨리지도 않고 훌쩍 넘어 들어간 희수. 그렇게 ‘혼자가 아닌 세상’을 알려준 희수가 문영의 눈에는 그야말로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다름 아니었을지.

 

무서워요 니가 없는 세상은 두려워요 혼자 걷는 이 밤은

바닷길에 그 어떤 숨은 보석도 내 눈물을 닦아줄 순 없죠

 

물론 처음에는 단지 귀찮고 특이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문영이 카메라를 들고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을 찍었던 이유는 자신을 구해줄 단 한 명, ‘엄마’를 찾기 위함이었으니까. 비록 지금은 없지만 언젠가 나타나 아빠의 술주정과 자신의 이 고독으로부터 꺼내줄 구원자이자 유일한 희망. 무섭고 두렵다 고백하는 노래는 이런 간절한 마음으로 엄마를 찾아 헤매던 문영의 혼잣말 같아 더 슬프게 들린다. 풋풋한 소녀의 연가처럼 읽히는 노랫말에 이런 감상은 지나치게 우울한 해석인지도 모르겠지만, 연애의 애틋함과 설렘으로 듣기에는 우효의 목소리가 쓸쓸하리만치 투명했다. 차라리 말하지 않는 소녀의 외로움에 훨씬 더 어울리는 것인데.

 

나는 그대의 아름다운 별이 되고 싶어요 날 이해해줘요

그대에게만 아름다운 꽃이 되고 싶어요 나를 불러줘요

널 비출 수 있게

 

결국 그 목소리를 가슴 깊이 삼키며 간직하고 있던 말은 무너진 마음의 둑에서 터져 나오듯 매달려 울부짖던 엄마라는 단어였을까.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을 두 글자는 안타깝게도 바라던 인사말이 되지 못한다. ‘니가 없는’으로 언급되는 첫 번째 너-엄마-는 눈물을 닦아줄 수 없는, 마지막까지 부재하는 대상으로 남는다.

 

반면 ‘그대’라는 말로 등장하는 두 번째 너-희수-는 다르다. 바닷길 어딘가에 숨은 보석처럼 내 곁에 없는 상대가 아니라 아름다운 별과 꽃이 되어주고만 싶은, 소망하는 대상이다. 말하지 않았던 자신의 목소리를, 들리지 않아도 들었던 그녀가 이제 자신을 불러주기만 한다면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 작은 바람. 거짓말처럼 희수는 마치 이런 마음에 응답이라도 하는 듯 문영의 이름을 부르고, 마침내 문영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을.


작지만 더없이 눈부신 미소로 비추며 전한다.

우효 <청춘(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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