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포럼
​월례비행

개인이 되어갈 청년들에

천혜윤

한국 독립영화계의 젊은 창작자로서는 드문 행보다. 데뷔작 <철원기행>에 이은 김대환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초행>은 완연한 가족 시네마의 현현을 보여준다. 전작의 연장선상에 놓여있으나 <초행>은 보다 내밀한 시선으로 하나의 현상으로서의 가족 공동체를 응시한다.

영화는 오랜 연인인 지영(김새벽 분)과 수현(조현철 분)이 인천과 삼척을 거치며 서로의 본가를 함께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 만남이야말로 두 사람의 여로의 가장 주요한 목적이나, 본래라면 이야기의 절정을 담당해야했을 삼척에서의 조우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 채 막을 내린다. 이들이 도착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두 인물의 반응과 발화를 위한 대상이자 무대로 그곳에 변함없이 놓여 있을 뿐이다. 말하자면 이 여로에서 서사를 구성하는 것은 오직 지영과 수현이 그들의 가족을 감각하는 방식에 있다. 아무리 겪어도 부자연스럽고 낯설은 하나의 현상으로. 이처럼 영화는 두 인물의 외부 세계에 대한 체험을 극도의 리얼리즘으로 구현하는데 보다 주력한다.

여기에 자기 자신에 대해 먼저 설명하거나 표현하는 법이 없는 지영과 수현의 존재는, 내내 정제되지 않은 무기력으로 장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들의 본질적인 불안은 자신이 속한 가족 공동체와의 재회다. 표면적으로는 동거 중인 애인의 본가를 방문하는 두 연인의 이야기를 취하고 있는 <초행>에서, 가장 극심한 갈등이란 자신 안의 공포와 마주해야 하는 두 사람의 행로에 있다. 술을 멀리하는 수현과, 아이를 갖는 일이 두려운 지영의 공포는 내내 이 길에 충실히 동반한다. 두 사람의 결혼 문제와 같은 돌연한 화제가 튀어오르거나, 아버지의 술주정 같은 예기치 못한 갈등 탓에 식사 자리에서의 재회는 끝내 어색한 풍경으로 남겨진다. 지영과 수현은 서로의 초행길에 두 번 모두 갑작스럽게 자리를 뜬다. 만남 뒤에 남는 것은 익숙한 수치와 좌절의 기억이다.

삼척으로부터 떠나온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광화문 거리다. 2016년의 광화문은 이데올로기의 차원을 넘어 정치적 공정함의 개념이 도래한 시기이자, 개인이 각자의 촛불 안에서 모두 다른 소망들로 집합한 보편의 공간이다. 이전 세대의 관습을 배반하고, 공동체로부터 이탈한 청년들의, 이상한 안도와 연대의 공간. 지영과 수현이 도달한 광장에서의 시퀀스는 분명 그들의 미래에 대한 축복이다.

영화 <초행>은 청년 세대의 결혼을 소재로 하면서도 인물들의 경제적 부담을 주요한 갈등으로 설정하는 등 계급이나 세대의 문제로 확장하지 않는 드문 예를 보여준다. 마치 독립영화의 미덕이란 동시대의 개인(들)을 기록하는 일이라고 믿는 듯하다. 부디, ‘도망쳐 온’ 청년들이 끝내 걸음을 멈추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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