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관람가

<랄라랜드>

감독 : 이원석

출연 : 김보성, 이동준

키워드 : 아재

글 : 김민범

간주 중이라고 생각했다. 문득 눌린 간주점프에 엇박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한 번 엉킨 노래는 끝날 때까지 어설프다. 간주점프만 아니었으면 괜찮은 노래가 될 예정이었다. 이번 생에는 다시 마이크를 잡을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든다. 쫓겨나듯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스물다섯의 이형기 시인이 말했다. 지금이 때라는 건 알겠는데, 갈 곳이 없다. 아무래도 아름다워지기는 글렀다.

 

전체관람가의 세 번째 영화, 이원석 감독의 <랄라랜드>는 ‘아재’들을 이야기한다. ‘의리’라는 유효하지 않은 덕목이자 오래된 유행어를 외치는 김보성과 젊은 날 태권도 세계선수권에서 받은 트로피를 항상 그러안고 다니는 이동준은 불시착한 아재들을 연기한다. 그들은 리듬을 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은 간주점프 하듯 훌쩍 앞서나가 버렸다.

 

그들은 마지막 오디션에서 힙합에 빠진 아버지 역할을 준비한다. 자신은 정박이어도 세상과는 자주 엇박이 되니까 엇박자가 미덕이 되는 힙합을 택한 것은 적절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잘나가는 래퍼들을 분석하며 엇박과 정박을 필사적으로 외운다. 몇 날을 공부해서 오디션장에 아재 스웨그를 풍기며 등장한다. 비장함과는 다르게 그들에게 주어지는 비트박스는 도저히 맞출 수 없다. 이동준은 욕을 반쯤 하다 삼키고 자리를 떠난다. 이어 들어온 김보성은 진심을 담아 랩을 하지만, 진심은 진심일 뿐이다. 반 박자만 늦어야 하는데, 자꾸 한 박자가 늦어버린다.

 

백세 시대라고 살아갈 날들은 늘어가지만, 있을 곳과 할 일은 줄어든다. 청년들도 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인데 한 번 자리했던 아재들이 다시 자리를 달라 하기는 어쩐지 민망하다. 꼰대라는 이름을 아재로 숨기는 이들 때문에 자신을 낮추고 농담을 건네도 ‘아재 개그’라며 찌푸리는 얼굴만 돌아온다. 변방으로 밀려난 이들은 쉽게 울지도 못한다. 세상에서 쫓겨난 기분이다.

 

영화의 막바지, 보조 촬영에서도 내몰린 둘은 벤치에서 자신들의 팬을 만난다. 과장 섞인 그들의 칭찬이 고맙다. 한마디로 봄이 오는 건 아니겠지만, 바닥까지 떨어진 자신의 쓸모를 추스르는 데는 충분하다. 한 박자까지는 어려워도 반 박자쯤은 따라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아재들이 만들어내는 엇박도 멋졌다고 우겨본다.

랄라랜드(1) : http://tv.naver.com/v/2252981
랄라랜드(2) : http://tv.naver.com/v/2252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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