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적(‘短編’的)
윤미영
<우주에서 물구나무서기>
이채현
이 우주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우주는 왜 가고 싶은 거예요?”

“우주요? 당연한 건데. 저는 가야 되거든요. 진짜 우주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어요!”

 

 동훈의 우주는 우주를 중심으로 돈다. 우주에 가기 위해 달리고, 우주에 가기 위해 밥을 먹고, 우주에 가기 위해 수학을 푼다. 처음 동훈이 우주에 갈 거라고 이야기했을 때, 설화는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동훈과 밥을 먹고, 걷고, 이야기하는 중에도 그의 꿈이 실현될 리 없다고 생각했을 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가 우주를 대하는 천진한 태도가 어쩐지 아름다워, 계속 보고 싶었을 것이고 웃음이 났을 것이다.

 

 그런데 진짜다. 동훈은 정말 우주에 간다. 우주에 가서 무얼 이루어야 한다거나 하는 원대한 꿈은 그에게 없다. 그저 ‘가고 싶은’ 게 중요하다. 하고 싶으니까, 당연히 해야만 한다. 우주에 가면 물구나무를 서고 싶다는 동훈의 인터뷰를 보며 설화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다. 아마 설화는 ‘왜’를 찾고 있었을 것이다. 은행에서 오는 독촉 전화에도, 오빠 집에 얹혀살며 받는 구박에도, 때려치우라는 친구들의 말에도 자신이 시나리오를 계속 써야 하는 이유를. 주변에선 설화에게 ‘이유’를 요구하니까. 뭐 대단한 걸 하는 것도 아니면서 써야만 하는 이유를, 뭐하러 영화를 찍으려 하냐는 말에 그러게, 하고 포기하지 않을 이유를.

 

 꿈은 ‘왜’가 따라붙지 않는 것,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저 가슴이 뛰는 무언가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우주가 있다는 건 행운이다. 그러니 가끔은 그냥 좋다는 느낌이 들면 아무 생각 없이 하자. 누군가의 말에 의하면 지금의 세계는 그렇게 아무 생각 없었던 사람들 덕분이다. 어차피 나중에는 이런저런 것들 생각할 게 많아질 테니까, 어쨌든 지금은 그냥, 원하는 것만을 원하기로.*

 

 설화는 지금이 아니라, 언젠가 멋진 감독이 되어서 그 구두를 신을 거라고 했다. 동훈이 설화에게 건네준 구두 열쇠고리에 마음이 울렁거리고 마는 건 그것이 우리가 서로를 응원해야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목표를 세워서 하라’ 고 다그치거나 ‘말만 쉽다’고 핀잔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꿈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 설화의 시나리오에 유일하게 진심의 귀를 기울인 건 동훈 뿐이었다. 우리는 누군가가 꿈에 진심으로 푹 빠지는 순간을 보는 것만으로 달릴 수 있다. 동훈의 우주가 설화의 우주를 움직이게 했으니까. 언젠가 별 무덤에 묻히더라도 괜찮다. 지금은 우리 그냥, 서로의 우주에서 물구나무를 서자.

 

*김연수 <우리가 보낸 순간>

 


단편영화yoUeFO <우주에서 물구나무서기> (http://youefo.com/film/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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