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 비디오 가게
최미소

<헝그리 하트>
감독:  사베리오 코스탄조

 

<Hungry Hearts> (2014)
Director: Saverio Costanzo

"어쩌면 당신이 처음 보는 스릴러"
추천 코드

1. 여름 다 갔는데 아직도 공포 영화 한 편 보지 못했다.

2. 귀신, 좀비 나오는 영화보단 심장 조여오는 스릴러 영화가 취향이다.

3. 겁이 많이서 공포영화는 못 보지만, 자체 납량특집이 필요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겁이 너무 많아서 무서운 영화를 잘 안 봐. 귀신을 무서워하고, 놀래는 것도, 잔인한 것도, 끔찍한 것도 싫어해. 그런데 이런 나도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여름만 되면 자꾸 무서운 영화가 보고 싶어져. 하지만 공포 영화 한 편 보겠다고 호기롭게 들어가서 귀신은커녕 주인공 얼굴 구경도 못한 채 고개 숙이고 팝콘 개수만 세다 나온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야. 예상치 못하게 깜짝 놀래는 장면이 나오면 아주 법석을 떨어.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더 놀래서 이제 공포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그런 무모한 짓은 안 하려고.

 

 그러다 보니 내가 자체적으로 납량특집을 진행하는 소심한 꿀팁이 있는데 들어볼래? 첫 번째는 공포 영화 비디오 구경하기. 내가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써온 방법인데, 바로 비디오 대여점에 가서 공포영화 섹션을 ‘구경만’ 하는 것이지. 비디오 세대들은 다 알지? 비디오 커버의 앞면은 포스터, 뒷면은 스틸과 시놉시스가 있잖아. 귀신이 대문짝만하게 등장하는 포스터, 글로만 읽어도 오싹한 시놉시스를 하나씩 구경하다 보면 영화를 안 봐도 너무 무서워서 닭살이 돋았다고. 두 번째 방법은 바로 무서운 장면 없이도 심장을 조여오는 스릴러 영화로 대체 하는 것. 오늘 너에게는 두 번째 방법을 추천해주고 싶어.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내가 오싹함 느끼고 싶은 여름날 종종 보는 영화야. 어쩌면 네가 생전 처음 접하는 특이한 스릴러 <헝그리 하트(HUNGRY HEARTS, 2014)>에 대해 알려줄게. 

 

 두 남녀 주인공은 엉뚱하게도 화장실에서 처음 만나. 이탈리아 여자 미나(알바 로르와처)와 미국 남자 주드(아담 드라이버)는 식당 화장실에 갇히게 된 것을 계기로 서로를 알게 되고 이내 사랑에 빠지지.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는 관계가 좋지 않은 미나는 낯선 뉴욕 땅에서 의지할 곳이라곤 없었어. 그런 그녀가 주드와 결혼하면서 그녀에게는 이 작은 가정이 그녀의 유일한 가족이 되지.  

 

 행복하게 신혼 생활을 즐기는 사이 미나는 만삭의 임산부가 되고, 불러오는 배와는 달리 그녀는 점점 더 야위어가. 주드는 너무 말라버린 아내를 걱정하고, 병원에서도 아이에게 위험하니 끼니를 챙겨먹어야 한다고 말을 하지만 미나는 입맛이 없다며 거의 먹지를 않지. 점점 자신에게도 아이에게도 위험할 정도로 야위어가는 미나. 어느 날 그녀는 신비로운 점쟁이를 만나 자신과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이때부터 자신의 아이가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아이, ‘인디고 차일드’라는 맹목적인 믿음을 갖게 돼. 그리고 오직 자신만이 아이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다며 점점 특이한 행동을 하기 시작해. 마침내 세상 밖으로 아이가 나오지만 미나는 자신의 방법대로만 아이를 키우려고 하고 의사가 해주는 조언들은 가짜라고 생각하며 무시해버려. 어느 날, 아이가 열이 나고 아파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자, 주드는 아내 몰래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게 돼. 그리고 의사의 말을 듣고 자신의 생각보다 아이의 상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지. 그는 아내에게 양육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설득해보지만, 미나는 자신만의 논리로 아이를 지키려 하고 오히려 자기의 방법을 믿어주지 않는 남편을 원망하기 시작해. 두 사람은 과연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까? 

 

 남자 주인공을 맡은 아담 드라이버와 여자 주인공을 맡은 알바 로르와처는 이 영화로 베니스 영화제 남녀주연상 공동 수상을 하며 그 연기력을 인정 받았어. 늘 개성 강한 역할을 소화해냈던 아담 드라이버는 이번에도 양육 문제로 아내와 대치하는 남편의 갈등과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내면을 사실적으로 표현했어. 알바 로르와처는 뿌리 없이 부유하듯 살아가는 미나의 공허함과 마음 속에 깊이 자리잡은 믿음, 유약한 외면에 감춰진 고집스럽고 무서운 면모까지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어.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거세지는 갈등 속에서 초점 없는 미나의 눈동자와 힘없는 목소리 뒤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의지를 보게 된다면 이 영화가 어째서 납량 특집으로 거론 될 수 있는지 알게 돼. 

 

 영화 <헝그리 하트>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른 방법으로 아이를 키우려 하는 이야기야.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적인 긴장감과 갈등을 세밀하게 표현해낸 본격 양육 스릴러라고 할 수 있어. 양육 스릴러라니 이게 뭔가 싶기도 하지? 다른 영화에서 본 적 없는 상황과 인물로 인해 신선한 충격을 받을 수 있을 테니, 새로운 느낌의 스릴러를 찾고 있다면 특히 추천해. 양육을 둘러싼 과정과 이로 인해 벌어지는 인물간의 갈등,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의 의미,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의 불화, 모성애라는 단어에 함축된 의미까지. 우리와 접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야.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라는 건 사실 이런 영화에 어울린다고 생각해. 어쩌면 네가 한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오싹함으로 가득한 이 영화 한 편과 함께 무더웠을 너의 여름도 안녕하게 지나가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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