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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맨>

감독 : 박광현

출연 : 오정세, 최태준, 이청아

키워드 : 외모지상주의

글 : 진은영

1940년대 슈퍼맨부터 스파이더맨과 배트맨, 2017년 현재의 원더우먼까지. 수십 년간 슈퍼히어로물은 타고난 초능력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비교적 단순한 영웅 신화에서 선과 악, 히어로가 지니는 존재 가치에 대해 고민으로 그 서사의 폭을 꾸준히 넓혀 왔다. 그리고 이제는 하나의 거대한 장르로 자리 잡은 히어로물의 주인공은 성격이나 상황 설정과는 별개로 언제나 빈틈없이 잘생긴 외모와 매끈한 몸매를 지닌 인물이었다. 영웅이 잘생긴 건 당연한 일이었기에 그 누구도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이유 없이 우월한 캐릭터에 대한 갈망으로 탄생한 슈퍼맨은 그렇다 쳐도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자기 연민에 빠져 사는 영웅조차 사회적 기준에서 ‘우월한’ 외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 건 확실히 어딘가 자연스럽지 못한 구석이 있다.

 

못생긴 히어로와 잘생긴 악당. 이 둘을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되었다는 <거미맨>은 폭력과 폭언을 남발하지만 화려한 외모를 지닌 악당과 벗겨진 머리, 튀어나온 배의 영웅의 대결을 그린다. 등장이 좀 우스꽝스럽고 외모가 덜 잘생겼을 뿐 괜찮은 전투력으로 약자를 위해 싸우는 거미맨에게 사람들은 환호는커녕 야유를 보낸다.

‘외모지상주의’는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소재였기에 박광현 감독의 기획 의도를 들었을 때만 해도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상업 영화감독으로서 어렵지만 의미 있는 시도를 했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영화에는 아쉬운 지점이 많았다. 차별에 대한 비판이 갈수록 과감해지고 있는 요즘, 외적 기준에 대해 대놓고 비난을 하는 경우를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문제가 정말 무서운 이유는 외모로 인해 암묵적으로 한 쪽에 더 많은 기회가 몰린다는 데 있다. 물론 장르 특성상 만화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두 인물에 대해 보다 은밀하고 미묘하게 느끼는 사람들의 온도차를 담아냈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본다. 대결 장소를 화려한 클럽으로 설정한 것에서부터 극중 관객(?)들의 반응 장면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보여주는 것까지, 히어로물이라는 장르에 맞추기 위해 ‘외모지상주의’ 키워드가 선택된 것이라면 관객으로서는 재미도 메시지도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얻어가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모두가 떠난 뒤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거미맨에게 유독 더 짙은 쓸쓸함이 느껴졌던 건 이 모든 것이 당사자가 아닌 이들에겐 금세 잊혀질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건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외모로 평가 받는 세상보다 더 두려운 건 외모를 평가하는 과정이 마치 하나의 게임처럼 소비되는 순간이 아닐까. 무엇이 되든, 어떤 모습으로 자라든 사랑 받길 바라는 어렸을 적 어머니의 바람은 너무도 따뜻해서 철제 테이블만큼이나 차가워진 세상에 차마 닿을 수가 없어서, 힘없이 흩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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