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歌
고봉수 <델타보이즈>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너클볼 컴플렉스>
유성현
"꿈을 향해 던진다 느리고 우아하게, 너클볼 청춘"

대리만족이라도 하고 싶은 심리인지 평소에는 달콤 쌉싸름한 사랑노래를, 우울할 때는 어깨 토닥이는 잔잔한 위로의 노래를 듣는다. 가끔 애써 '힙하다'는 노래를 찾아서 듣기도 하고, 어쨌든 보이그룹보다는 걸그룹을 선호하는 본인에게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하 달빛요정)의 노래는 분명 즐겨찾기에 속하지 않는다. 꾸밈없이 씩씩한 그의 목소리는 진솔한 노랫말과 어울려 많은 이의 공감과 사랑을 받기도 했지만, 내게는 포장되지 않은 그의 리얼리티를 가까이 하기가 다소 거북했던 탓이다. 즐겨 듣지 않았으므로 글을 준비하면서 어울릴 노래를 찾아 들어야 했다. 처음 겪는 이런 과정이 편치 않아 다른 가수의 노래를 찾아보려고도 했지만, <델타 보이즈>에서는 정말이지 달빛요정 외의 가수는 떠오르지 않았더랬다. 


달빛요정만큼 꾸준히 그리고 영원히, 청춘과 꿈을 노래할 이는 없었기 때문에. 

 

꿈이 없이 살 수도 있어 꿈만 꾸며 살 수도 있어
나를 지워가면서 세상에 나를 맞춰가면서

 

물론 그렇다고 <델타 보이즈>가 마냥 ‘꿈이 없이 살아가던 인물들이 음악을 통해 다시 꿈을 꾸며 살게 되는’ 음악(성장)영화의 전형적인 공식으로 요약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도리어 그 반대일까. 적어도 내가 아는 음악영화라고 하면 음악은 인물들에게 희망이나 감동의 장치로써 중요하게 기능하므로, 비중 있게 다뤄지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청년과 중년의 애매한 경계 있는 남자 네 명이 사중창 대회에 나간다고 하면서 정작 그들이 부를 노래-Delta Rhythm Boys의 'Joshua Fit the Battle of Jericho'-는 영화의 2/3가 지나는 지점에서 간신히, 그것도 어설픈 가창으로 공개된다. 그 후에도 4인이 모여 제대로 연습하는 분량은 여느 음악영화들과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했다. 별다른 정보 없이 마냥 평범한 음악영화라고 생각했던 본인은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느릿느릿한 전개에 빤히 보일 거라 지레짐작 생각했던 이 이야기의 결말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마치 너클볼처럼.

 

느리다고 놀림 받았지 게으르다 오해 받았지
그런 나를 느껴봐 아직은 서툰 나의 마구를

 

너클볼knuckle ball은 구속은 느리지만 무회전의 불규칙한 야구공의 표면이 그대로 공기의 저항과 부딪혀 불규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 때문에 타자가 치기 어려운 공으로 알려져 있다.
 

<델타 보이즈>의 서사도 꼭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른 호흡이나 현란한 카메라워크보다는 무회전의 공처럼 언뜻 밋밋하게 보이는 고정된 앵글과 롱테이크가 주를 이루고, 동시에 게으름에 가까운 느린 전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 늘어지는 시간 속에서 '어떤 노래를 부를까'부터 '노래는 부를 수는 있을까' 등등, 여러 의문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하긴, 타자가 날아오는 너클볼을 볼 때는 그 느린 속도에 두세 번은 스윙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던가.


 찬란하게 빛나는 나의 너클볼

 

그러나 영화 내에서 답이 나오는 위의 물음과는 달리 그들이 ‘왜 노래하는가’ 라는 의문의 답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분명 시작은 사중창대회의 우승이 목표였을 테지만,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억 단위의 상금도 아니라 네 명이 참가하는 대회의 1등 상금이 고작 '300만원'. 각자의 위치에서 성실하게 일을 했다면 훨씬 더 쉽게 모았을 금액이다. 상금이라는 하나의 울타리에 묶이는 것도 아니고, 노래에 대한 온도차 역시 눈에 띄게 확연한데도 불구하고 어쩐지 노래만큼은 계속 된다. 그들이 포기한 안정적인 일상을 보상받기 위함이 아니라, 단지 그것이 꿈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처음이자 누군가에게는 마지막인 꿈을 향한, 그토록 순수한 간절함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들 모두가, 대회가 취소되었다는 사실도 어렴풋이 예감했을지 모른다.


 나는 살아남았다 불타는 그라운드
가장 높은 그곳에 내가 서있다.

 

꿈이 아니었다면 '일록'은 성실히 공장 아르바이트를 계속하고, '예건'은 좋은 영어학원에 강사로 취직하고, '대용'은 번듯한 가게의 사장님이 되고, '준세'는 아내 '지혜'와도 싸우지 않고, 살았을까. 모르는 일이다. 반대로 꿈을 좇았던 그들은 불타는 그라운드 같은 헬조선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것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델타 보이즈>의 청춘에게 ‘꿈이 있으니까 괜찮다’ 함부로 격려의 박수를 보내기는 망설여진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만큼이나 무책임한 그런 말은 이들의 노래에 비하면 공허하기만 할 따름.
 

다만 확실한 사실은 가장 높은 무대에서 함께 부르고 있는 노래, ‘델타 보이즈’가 들려주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여준 완창이다. 그들의 너클볼 같은 청춘, 꿈. 나는 그것을 꼭 잡고 싶었기에 끝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너클볼 컴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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