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관람가

<보금자리>

감독 : 임필성

출연 : 전도연, 박해준, 김푸름, 김보민

키워드 : 하우스푸어

글 : 이형관

‘집’은 인간이 만나는 최초의 세계이다. 인간은 집이라는 분리된 안전한 영역 안에서 공적 장소로 범위를 넓혀가며 사회적 주체로 성장한다. 때문에 집은 다른 공간보다 우월한 기준점으로 부각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의 집은 본질적인 의미를 잃고 있다. 소유의 개념이 거주의 개념을 눌러 버렸고, 경제의 기반이자 제테크의 대상으로 둔갑했다. 이는 현대화로 돌입하면서 쏟아낸 독창적 산물, ‘아파트’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난다.

 

1960년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주택사업 일환으로 양산된 아파트는 한옥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혼란 그 자체였다. 당시 소설, 영화 등의 대중매체에서도 아파트를 고독, 소외, 공포의 상징으로 덧씌웠다. 새로운 주거 형태에 대한 이질감이 발산된 결과물이었다. 그럼 현재는 어떨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 생활에‘는’ 익숙해졌지만, 아파트 소유에 관해서는 마구잡이다. 전과 비교하면 혼란의 결은 달라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매체의 흥밋거리임은 분명해 보인다. 영화 <숨바꼭질(2013)>은 내 집 마련의 꿈과 도시 괴담을 연관 지었고, 소설 『잠실동 사람들(2015)』은 아파트와 교육을 섞어 현대인의 욕망을 꼬집는다. 이런 흐름은 임필성 감독의 <보금자리>로 이어진다.

 

<보금자리>는 ‘집에 살고’ 싶은 아이와 ‘집을 갖고’ 싶은 가족을 대립시킨다. 거주의 개념조차 배우지 못한 아이와 소유만을 좇고 있는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자폐증을 앓고 있는 우리 속내를 돌아보게 만든다. 아이와 가족의 공통적인 목적은 ‘집’이다. 감독은 집을 차지하기 위해 감내해야할 아이와 가족의 실제적 감정을 기괴하고 독특한 스타일로 표현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를 증폭시킨다. 날 것 같은 김푸름 배우와 현실에 완벽히 이입한 전도연 배우의 조합은 허구와 현실을 적절히 접합시킨다.

 

집은 낯선 외부 세력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는 공간이자 다른 세계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가족은 궁극적 안정을 위해 낯선 세력과의 ‘일시적’ 동거를 감행했다. 아이는 외부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게 확실하다. 영화 뒤로 펼쳐질 내부자들의 보금자리 싸움 결과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아이의 이사가 마지막이길 바래본다.

© 2023 by Andy Decker. Proudly created with WI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