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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18

<레이디 버드>
감독:  그레타 거윅

 

<Lady Bird> (2017)
Director: Greta Gerwig

"이 도시에 오기까지의 날갯짓"
추천 코드

1. 타지에서 홀로 살고 있는 너

2. 꿈을 위해 상경했지만, 가끔은 그 이전의 삶을 생각하는 너

3. 나와 가장 복잡한 사랑을 하는 나의 어머니, 그리고 모든 딸들

 

바다 짠 내가 가득한 내 고향에서 서울까지는 빠른 기차로 두 시간 반이 걸려. 가깝다면 가까운 이곳 서울에 살면서, 참 많은 노력을 했고 많은 눈물을 쏟았어. 가끔은 사는 곳이라는 게 왜 태어날 때부터 원하는 대로 정해져 있지 않은지 원망도 했어. 태어나서부터 서울 사람이었던 누군가는 평생 느낄 수 없을 감정, 그건 때로는 나를 서글프게 하지만 또 나를 살게 하는 원동력이야.

그리고 엄마. 지금의 나보다 어린 나이에 나를 가져서 너무 많은 것을 희생하고, 별난 나로 인해 잠 못 이뤄 늘 몸은 마르고 눈은 퀭하던 엄마. 죽는 날까지 내가 가장 잘 보이고 싶고, 가장 귀여움 받고 싶은 단 한 사람. 나의 창조주이자 나의 은사, 나의 어머니. 

 

오늘 너와 함께 볼 영화 <레이디 버드>는 언제라도 나를 먹먹하게 하는 이 두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어. 영화를 이끌어가는 인물은 자신의 이름을 ‘레이디 버드’로 불러주길 원하는 크리스틴(시얼샤 로넌). 그녀가 사는 새크라멘토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도시야. 어느 집에 누가 사는지 도 알 수 있는 작은 마을. 레이디 버드는 예쁜 집들이 길 따라 늘어선 따뜻하고 정겨운 이곳에 사는 게 전혀 즐겁지 않았어. 그녀의 꿈은 뉴욕과 같은 대도시로 가는 것뿐이었으니까.

 

그러나 레이디 버드의 엄마인 매리언(로리 멧칼프)은 그녀의 소원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어. 가뜩이나 넉넉지 않은 형편에 설상가상으로 남편은 실직한 상황에서, 뉴욕에 있는 대학이 아니라면 가지 않겠다는 딸의 요구가 철없어 보일 수밖에. 레이디 버드는 그런 엄마가 원망스러웠어. 첫 키스를 하고 온 날 밤에도 방에 쫓아 들어와 왜 교복을 옷걸이에 걸지 않았냐고, 가난한 우리는 옷을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고 말하며 행복한 감정을 망가뜨리는 엄마가 미웠을 거야. 

 

결국 레이디 버드는 엄마 몰래 아빠의 허락을 받고 뉴욕의 한 대학에 원서를 쓰지만, 이를 알아낸 마리앤은 딸에게 화가 나서 딸과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아. 레이디 버드는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엄마가 미워. 하지만 그런 그녀가 엄마에게 울먹이면서 하는 말은 ‘대학에 가게 해줘, 엄마’가 아니라 ‘더 많은 걸 바라서 미안해 엄마, 제발 나랑 말해줘’야. 일생에 단 하나뿐인 꿈이 좌절되는 것보다 엄마가 더는 자기와 말을 섞지 않는다는 게 더 무서운 레이디 버드를 보면서 저게 결국 모든 엄마와 딸의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이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는 여기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러브스토리가 ‘딸과 엄마의 사랑’이라는 거야. 몇 명의 소년들이 등장하고, 소년들은 분명 레이디 버드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의미를 가지는 단 하나의 사랑의 서사는 바로 엄마와 딸의 사랑이야.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

 

 “내가 아는 대부분의 여성은 청소년 시절 각자의 어머니와 그 무엇보다 아름답고 헤아릴 수 없이 복잡한 관계를 맺었다고 한다. 나에게는 이런 게 가장 감동적인 러브스토리이다. 어머니와 딸 사이의 로맨스가 가장 격정적인 로맨스 중 하나인 것 같다.”

레이디 버드가 대학에 합격할지, 또는 꿈에 그리던 뉴욕 생활을 하게 될 지는 영화를 보면 알게 되겠지만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이 영화에 담겨 있는 것 같아.

 

이 글을 읽고 있는 레이디 버드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서울이건 뉴욕이건 원하는 어떤 곳에서든 네가 성공하길 바랄게. 하지만 결과만큼이나 중요한 게 너의 안식처를 떠나오던 그 때의 마음이야. 결과에 상관없이 그 뜨거움을 가지고 고향을 떠나온 너의 마음과 용기를 응원해.

 

나는 상경한지 10년이 안되었지만, 가끔 바다 냄새를 다시 맡고 싶을 때가 있어. 소금이 섞여 있는 바람이, 빠르고 억센 말투를 쓰는 사람들이 그리울 때가 있어. 이 커다란 도시 속의 내가 작고 초라하게 느껴질 때, 가끔은 조건 없이 나를 품어주던 그 촌스러운 땅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어. 이런 감정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 같아.

 

그리고 그 따뜻한 곳에는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여성인 내 어머니가 있어.

 

엄마, 여태껏 나를 위해서 해준 모든 것에 감사해. 그리고 그것보다 더 많은 걸 바래서 미안해. 그렇지만 세상에 그 어떤 것 보다 엄마랑 함께할 수 있는 시간들이 가장 소중해.

​계속 나랑 이야기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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