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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18

<스켈리턴 트윈스>
감독:  크레이그 존슨

 

<The Skeleton Twins> (2014)
Director: Craig Joh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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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깝고도 너무 먼 "
추천 코드

1. 지금 형제 자매와 함께 살고 있다.

2. 오늘 언니(오빠, 누나, 동생)과 싸웠다.

3. 함께 살거나 싸울 형제 자매가 없는 외동이다.

 

자, 형제자매를 가진 너희들이 기겁할 만한 이야기를 해볼게. 내 평생 소원은 형제자매를 갖는 거야. 외동인 나는 어려서부터 언제나 형제자매에 대한 환상이 있었어. 뭘 잘 못 할 때마다 ‘외동이라서 다른 사람 마음을 잘 모르네.’ ‘외동이라 역시 이기적이네’ 따위의 말을 들으며 청소년기를 지나온 나는, 형제를 갖는다는 게 무슨 대단한 마법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기도 해. 나와 가장 비슷한, 세상에 하나뿐인 사람. 어쩌면 부모님보다 나를 훨씬 더 잘 아는 존재. 같이 못나고, 같이 철없음을 공유하고 자란 사이. 영원을 보장하는 단짝… 여기까지 말하면 자신의 혈육을 떠올리며 깊은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사람도 있을 거야. 그래, 나도 알아. 그래도 나한테 여전히 형제자매란 그런 거야. 누구나 자신이 갖지 못한 존재는 판타지로 받아들이잖아.

 

오늘의 영화 <스켈리턴 트윈스>의 주인공은 연락을 끊은 채로 멀리 떨어져 살던 쌍둥이 남매 매기와 마일로. 두 사람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자살을 시도하고, 이 사건을 계기로 서로에게 연락이 닿게 돼. 몇 년 만에 만난 어색함을 느낄 새도 없이 남매는 서로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오랜 단짝 친구들이 그렇듯, 긴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다시 빠르게 가까워지지. 그러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두 사람은 어느 파티에서 각자의 치욕스럽고 부끄러운 순간을 서로에게 들키고 말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의 밑바닥을 들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영원히 내 편일 유일한 사람이 더는 내 편이 아닐 것 같은 공포감. 아, 난 너무 무섭고 슬퍼서 어디론가 숨고 싶을 것 같아. 어쩌면 영화 속 매기가 자꾸 물속으로 가라앉는 것은 그래서 일지도 모르겠어.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된 두 사람은 마음에 없는 말들로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고 말아.

 

몇 년 전, 집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본 장면이 아직도 기억나. 몇 칸 앞에 앉아있던 중년 여성 두 분이 언성을 높여 대화하고 있었어. 두 분은 자매였는데 명절에 있었던 일 때문에 서로 기분이 상해 다퉜던 거지. 형제자매가 있는 너에게, 기겁할 소식 하나 더. 나이 오십이 넘어도 형제자매는 싸우게 되나 봐. 영화 속의 매기와 마일로도 그래. 자신이 가진 못난 모습을 형제자매에게서 발견할 때, 혹은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에게서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볼 때, 염려와 불안으로 인해 화가 날 수도 있을 거야. 또 서로를 가장 잘 알기 때문에 큰 상처를 주기도 하고. 하지만 서로의 밑바닥을 드러내고 상처를 주고받았다고 하더라도, 상처의 총량 대비 회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이는 또 형제자매만 한 게 없는 것 같아. 때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하는 상처도 있겠지만 말이야. 이게 바로 인류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관계의 딜레마 중 하나가 아닐까? 이토록 가까우면서 먼 관계.

 

우울하고 슬퍼하는 매기의 웃는 모습을 보기 위해 ‘Nothing's gonna stop us’를 부르는 마일로를 봐. 이렇게 서로 망가져도 좋은 관계는 세상에 정말 몇 없지 않아? 그리고 두 사람이 결국 함께 부르는 이 노래는 내가 마법이라고 믿었던 모습 그대로인걸. 물 밖 세상이 무서워서 바닥으로 가라앉아 도망칠 때도 바닥까지 너를 찾아올 사람이 있다는 것. 그보다 큰 마법은 없을 테니까.

“우리 함께 꿈을 이뤄나가자. 영원히 곁을 지키면서. 아무도 우릴 막을 순 없을 거야. 세상에 모든 연인이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우린 서로가 있잖아. 아무도 우릴 막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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