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관람가

<아랫집>

감독 : 이경미

출연 : 이영애

키워드 : 미세먼지

글 : 이채현

406호에 사는 희지는 매일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담배 연기를 견딜 수가 없다. 공기 청정기를 세 대나 돌리고 환기구를 막아 봐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정중히 편지를 쓰기로 한다. ‘내 집에서 내 마음대로 담배도 못 피우냐고 생각하시겠지만, 우리들은 욕실 환기구와 하수구를 통해서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306호 남자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담배밖에 없어서 끊고 싶어도 끊을 수가 없다고 그랬다. 와중에 딸이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선생님들은 죽은 딸을 왜 여기서 찾냐고 하고 담배를 끊어보겠다는 아랫집 남자는 개굴개굴 끊임없이 핸드폰을 울린다. 희지는 이제 정말로 미칠 것 같다. 모든 게 306호 때문인 것 같다. 신경질적으로 306호의 문을 두드리는 그녀 앞에 그녀가 나타난다. 406호가 306호가 된다.

 

106호의, 206호의, 306호의 문을 두들기는 그 기이한 장면에 남아있는 것은 미세먼지도 층간소음도 담배 연기도 아니다. ‘마음대로’다. 그러니까 공기청정기를 세 대나 켜고 정성껏 담배를 피우는 희지를 미치게 하는 것은 마음대로다. ‘마음대로 되는 게 없어서’ 시작한 담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담배, ‘마음먹고’ 끊어보려고 한 담배. 하지만 어떻게 없었던 것이 되겠는가, 한 번 마음에 들어온 것이. 그런 일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무언가를 잊는 일은 결국 내 안의 어떤 부분을 죽여야 하는 일이고 그것이 설령 그른 일이라도, 아니 때론 그른 일일수록 참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지긋지긋한 일이다.

 

모두 좀처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세상에서 참고 견디고 있다. 견딜 수 있는 것이 늘어날수록 견딜 수 없는 것들이 늘어난다. 견딘 만큼 마음대로 하는 것이 늘어야만 하겠다. 마음대로 담배를 피우고 밤늦게 청소기를 돌리고 아랫집으로 달려가 더 세차게 문을 두드린다.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으니까. 쾅쾅. 윗집 사람도 달려내려 온다. 마음대로 좀 하지 마세요. 쾅쾅쾅.

 

하지만 도무지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욕실 환기구와 하수구를 통해서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니 말이다. 내 마음도 어쩔 수가 없지만 그건 너도 마찬가지다. 너도 참 힘들겠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사는 게 참 힘들지. 어쩔 수 없지만 조금 참기로 한다. 우리는 동시에 무언가를 견디고 있다. 그건 306호도 406호도 기억해야 하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