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 비디오 가게
최미소
2019. 11.

<잡히기만 해봐라>
감독:  오누르 투켈

 

<Catfight> (2016)
Director: Onur Tukel

catfight -4.jpg
catfight -2.jpg
catfight -3.jpg
"그 주먹은 누구를 향하고 있을까"
추천 코드

1. 죽도록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

2. 상여자들의 강하고 진한 영화를 보고 싶다.

3. 매일 살아가는 삶이 전쟁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군가를 지독하게 미워해 본 경험이 있니? 죽도록 싫어하는 사람과 한바탕 크게 싸운 적은? 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만약 너희가 정말 싫어하던 사람을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다면 어떨까? 어색하고 불편한 미소로 인사할까?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먼저 건넬까? 한 발 더 나가서 안부를 묻는 척하면서 상대의 속을 살살 긁거나 ‘내가 너보다 낫다’는 티를 내지는 않을까?

 

영화 <잡히기만 해봐라 (Catfight)> 에서는 한때는 친구였던 대학 동기 베로니카(산드라 오)와 애슐리(앤 헤이시)가 한 파티에서 수년 만에 재회하게 돼. 어색하게 안부 인사를 나누던 두 사람은 이내 이빨을 드러내며 상대를 슬슬 열 받게 하고, 말다툼으로 시작한 이 싸움은 결국 한바탕 주먹싸움으로 번지게 되지.

격한 싸움 끝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베로니카. 병원에서 깨어난 그녀에게 의사는 충격적인 얘기를 해. 그녀가 무려 2년 동안 혼수상태에 있었다는 거야. 이 믿기 힘든 사실을 채 받아들이기도 전에 그녀는 자신이 병상에 누워있는 동안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부, 명예, 가족까지 모든 것을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하던 베로니카는 우연히 자신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애슐리의 소식을 듣게 돼. 끔찍한 상황에 처한 자신과는 달리, 너무나 행복하게 사는 애슐리를 보자 베로니카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이지.

 

자신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간 애슐리를 향한 무서운 증오를 품고 복수를 꿈꾸는 베로니카. 그녀는 바람대로 통쾌한 복수를 시전하고 분노를 떨쳐낼 수 있을까?

증오로 가득 찬 사람의 인생을 상상해 본 적 있어? 당연히 행복과는 거리가 멀겠지. 특히나 가까웠던 사람을 미워하게 된 경우에 사람은 더 파괴적으로 변하기도 해. 어마어마하게 사랑했던 두 연인이 이별한 후 최악의 악몽이 되곤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거야. 상대방을 잘 알수록 상태를 무너트리기는 더욱더 쉬울 테니까.

증오라는 단어는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서 아주 뜨겁게 달구어진 쇠의 이미지였어. 상대방을 쉽게 공격할 수 있는 무기가 되기도 하지만, 그걸 쥐고 있는 내 손도 타들어 가니까. 인간은 누구나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건 자연스럽고 멋진 일이지. 하지만 때로는 그 감정이 자기 자신을 너무 쉽게 해하기도 해. 증오나 분노 같은 감정이 정말 무서운 이유는 그걸 품는 동안 자신 또한 상처받고 있다는 걸 너무 쉽게 잊어버리게 하기 때문 아닐까?

 

두 주연 배우의 놀라운 연기와 함께, 이 영화는 꽤 단순한 구조와 배경으로 이루어져있어. 무방비 상태에서 던져지는 직설적인 코미디와 과감하고 투박하게 담겨있는 메시지의 공존은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어. 분노와 폭력이 얼마나 사람의 삶을 쉽게 망가트리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여자들 간의 싸움이라는 의미의 원제 ‘Catfight’라는 단어가 주는 원래의 이미지를 비웃듯이 강력하고 거친 액션이 등장하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

내가 이 영화를 좋아했던 이유는 아마 내 마음에도 화가 많아서 그럴지도 몰라. 이 글을 읽는 너희들도 분명 마음속에 품고 있는 증오가 있을 거야. 저마다의 사연으로 오랫동안 안고 있어서 새카맣게 굳어버린 덩어리가 가슴을 누르고 있는지도 모르지. 그러나 상대를 향해 품은 분노가 자신을 병들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어. 베로니카와 애슐리의 싸움에서도 그러하듯, 상대방을 향해 주먹을 날리면 그 주먹에도 결국 피가 묻는다는 걸 기억하면서.

© 2023 by Andy Decker. Proudly created with WI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