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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소
2020. 03.

<숏텀12>
감독:  데스틴 크리튼

 

<Short Term 12> (2013)
Director: Destin Cre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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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지 마, 그냥 같이 걸어"
추천 코드

1. 마음 속에 숨기고 사는 비밀이 있다.

2. 과거의 기억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고 느껴진다.

3. 정말 괜찮은 위로가 뭘까 고민해본 적이 있다.

 

이곳은 숏텀 12. 지낼 곳이 마땅치 않은 아이들이 이름 그대로 잠깐 머무를 수 있는 위탁소야. 주인공 그레이스(브리 라슨)는 이곳에서 지도자로 일하고 있어.

 

각자의 문제로 불안정한 상태인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녹록지 않아. 매일 어떤 사고가 터질지 모르기에, 웃고 장난을 치는 순간에도 긴장을 놓을 수 없어. 마치 전쟁터의 군인처럼 말이야.

어느 날, 소장은 특별히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남기며 새로운 입소자를 데려와. 위험한 행동으로 여기저기서 환영받지 못하고 숏텀 12에 배정받게 된 제이든(케이틀린 디버). 그레이스는 언제나처럼 편견 없이 먼저 말을 붙이지만, 날이 선 태도의 제이든과 첫 만남부터 약간의 신경전을 벌여.

 

저마다의 상처로 인해 약간씩 모난 구석을 가진 숏텀 12의 아이들은 공격적인 태도의 제이든을 환영하지 않아. 좁은 생활 공간, 정해져 있는 활동 반경과 규칙 속에서 제이든이 아이들과 원활하게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해.

 

이 영화에는 강렬한 장면이 많이 등장해.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제이든과 그레이스가 서로의 상처를 보여주는 장면이야. 이 장면은 내가 이 영화를 추천하겠다고 마음먹은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해.

제이든은 위탁소에서 큰 실망을 겪게 되고, 자신의 감정을 누르고 또 누르기 위해 자신을 상처 입혀. 그런 제이든의 상처를 바라보며 그레이스가 처음 한 말이 뭐였는지 아니? “내 거 볼래?” 였어.

‘자해는 나쁜 거야’ 하는 가르침의 말 대신에, ‘내 상처도 볼래? 나도 그런 상처가 있어. 너는 혼자가 아니야.’ 하는 모든 말들이 함축된 저 문장이 참 멋있고 어른스러워 보였어.

우리는 가끔 상대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섣불리 그의 아픔과 상처를 판단하는 실수를 범하곤 해. 나름 도움이 되어보겠다고 이런저런 말들을 늘어놓다가 오히려 상대의 상처를 더 아프게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어렸을 때 신나게 뛰어 놀다 넘어져서 팔다리에 상처가 나면, 엄마는 항상 상처를 소독하고 약을 발라주시면서 딱지가 앉을 때까지 손을 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어. 나는 요즘 그게 비단 외상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

 

상처가 회복되기까지는 그 상처에 손을 대지 않고 조금 떨어져서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해. 도움이 되겠다고 들여다보고, 만지고, 건드는 행동은 결국 상처를 덧나게 해.

 

숏텀 12의 규칙 중 하나는 입소자가 무단 탈출을 했더라도 문밖을 나서면 절대 입소자의 몸에 손을 대지 않는다는 거야. 갑갑한 위탁소에서 탈출을 시도했을 때 제이든은 뒤를 쫓아오는 그레이스에게 자신에게 손대지 말라고 차갑게 말해. 그레이스는 그저 제이든에서 조금 떨어져 천천히 속도를 맞춰서 걸어. 제이든의 상처가 스스로 아물 시간을 주고 기다리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를 품고 살아. 회복력이 빠른 사람도 더딘 사람도 있고, 남에게 상처를 쉽게 보여주는 사람도 꽁꽁 감추고 사는 사람도 있을 거야. 모두가 각자의 속도와 방법으로 자신의 상처를 감당하고 치유하면서 살아가고 있어. 가까운 누군가의 상처를 알게 되었다면,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좋아. 손대지 마, 그냥 같이 걸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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