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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라>

감독 : 양익준

출연 : 김시호, 문수영, 손민준,

장우연, 이주빈

키워드 : YOLO

글 : 최미소

이것은 우리가 영화를 처음 시작하던 무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 모두의 처음과 그 때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 바깥에 있는 것보다 오직 영화라는 신묘한 물질에 관하여 오래도록 사색하고 고심하던 때의 말들, 그 기억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영화와 관련이 없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저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제는 영영 저의 이야기가 아니기도 합니다.

민준이 있습니다. 민준에게는 영화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좀처럼 민준의 말에 동의를 해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의 말에 꼬투리를 잡고 핀잔을 주거나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고 면박을 주는 게 전부입니다. 그들은 함께 모여 있지만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나빠 보이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어떤 대상에 대한 고민을 말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그들과 싸우지 않는 이유는 나 역시도 언젠가 그런 생각을 했었고, 또 앞으로 할 수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저런 말들이 오고 갑니다. 영화에 관한 말이기도 하고 우리에 관한 말이기도 하고 예전의 기억에 관한 말들이기도 합니다. 겸연쩍고 어색한 이야기도, 다소 짜증나는 이야기도 그저 웃으면서 들어주는 민준은 마치 죽은 사람 같습니다. 어쩌면 죽은 사람들을 보는 산 사람 같기도 합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관조적인 읊조림의 연속 같기도 합니다.

‘몰라, 그냥 너희들 보고 갑자기 생각난 거야.’

그건 어쩌면 많은 이들이 창작을 하는 과정을 아주 단순하게 압축한 말이기도 할 것입니다. 아주 단순한 동기로 시작하여 그것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몸과 정신의 에너지를 미치도록 쏟아낼 뿐입니다. 그런 에너지들이 뭉쳐서 시간을 만들고, 시간이 지난 후에는 기억과 작품이 우리 곁에 남습니다.

멀리서 민준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 이제 조금은 그 생뚱맞던 등장들이 이해가 갑니다. 엉뚱하고 어색하게 느껴졌던 말들도 끄덕이며 납득할 수 있겠습니다. 몰두했던 시간의 잔상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기억은 과거에서 온 친구이지만 현재의 순간에도 언제나 함께합니다.

우리가 모여서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항상 하는 이야기처럼, 열정을 쏟아 붓는 이 순간들은 우리가 함께여서 유의미합니다. 참 따뜻한 일입니다. 한번뿐입니다. 함께 즐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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