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립영화外인이다
Prologue
2017. 08. 10
​진은영

 “영화, 왜 그만뒀어요?”

 

 진로를 꾸준히 소문 내고 다녔던 탓에 더 이상 영화와 관련 없는 일을 하게 되고 나서부터 이런 질문을 심심치 않게 받는다. 주로 영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망설여지거나 이미 발을 들여 놓은 뒤 고민이 시작된 이들이다. 불안을 품은 호기심이 얼마나 버거운 감정인지 알기에 최대한 성실하게 답하려 한다. 잡히지 않는 희망도, 손 쓸 수 없는 절망도 내게는 줄 수 있는 권한이 없다. 특정 시기를 이미 지나 버린 사람이 그 시기를 현재 통과하고 있는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의미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그저 겪었던 일들을 자기연민이나 자아도취 따위의 감정을 첨가하지 않은 채 나열하는 것이라 믿는다.

 

 영화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영화 산업 전반의 교육을 해준다는 모 기업의 프로그램에 매년 수 천명의 지원자가 몰린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난 그러한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였고 끝내 이루지 못한 이들 중 하나였다. 십여 년간 그려왔던 꿈을 내려놓는 순간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던 건, 이제 정말 놓아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직감할 때였다. 괜한 자존심에 고민을 꺼낼 생각조차 못하는 동안 커져가던 괴로움은 이내 자책으로 바뀌었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당시 간절하게 찾았던 것이 바로 나와 같은 사람들이었다. 꿈에 부푼 이들의 희망 가득한 글이나 업계에 몸 담은 이들의 조언이 아닌 끝내 튕겨져 나온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꿈을 이룬 사람들의 몇 배는 될 그들의 이야기가 간절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꽤 지난 지금까지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꿈꾸고 견디다 못해 튕겨져 나가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찾기 힘들다. 이러한 이들이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 있기를 바랐다. 지난 10여년간 영화 업계로의 입문을 원했고, 결국 실패했지만 다른 길을 선택한 지금도 여전히 영화계 소식에 귀를 쫑긋하는 사람으로서 어쩌면 내가 그런 시간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처음 영화를 사랑하게 된 순간부터 버텨 보려 발버둥 쳤던 시간들, 그럼에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이후 영화를 대하는 태도의 변화까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꿈꾸듯 늘 영화의 바깥에서 기웃대며 떠돌았던, 지금도 떠돌고 있는 어느 영화외(外)인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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